남아공 합창단, 상하이서 오페라 '포기와 베스' 공연
Oct 9, 2024
10월 8일 저녁,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오페라극장 합창단 소속 40여 명의 예술가들이 상하이 교향악단과 함께 조지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의 세미 스테이지드 버전(Semi-staged version)을 선보였다. 이 공연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선 음악의 향연으로, 무대 위에서 '무지개의 나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의 배우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교향악, 재즈, 블루스, 흑인 영가를 절묘하게 결합한 공연을 펼쳤다.
케이프타운 오페라 합창단은 2013년 국제 오페라상에서 '올해의 합창단'으로 선정되었으며, 최근 몇 년간 세계에서 주목받는 오페라 합창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찬란하고 오래된 문화를 세계 무대에 선보이고 있는 이들은, 10월 4일 상하이 관객들에게 남아프리카 민요 음악회를 선사한 후, 이번에는 '포기와 베스'를 통해 오페라 무대에서의 탁월한 역량을 입증했다.
상하이 교향악단은 최근 몇 년 동안 오페라 분야에서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저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헨델의 '세멜레'와 같은 전통 오페라부터, 공상 과학 오페라 '7일', 현대 창작 오페라 'Written on Skin'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하고 공연하였다. 그중 상당수는 중국 최초 또는 세계 최초 공연으로, 이번 '포기와 베스'도 중국에서의 첫 공연이다.
'포기와 베스'는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 《포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는 가상의 흑인 동네를 배경으로, 20세기 초 미국 남부의 하층 흑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장애를 지닌 걸인 포기와 자유롭고 사랑을 갈망하는 베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중심으로 생동감 넘치고 입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오페라 초연 당시, 거슈윈은 백인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역할을 하는 것을 거부하고, 흑인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도록 했다. 이는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에 혁신적인 시도였다.
거슈윈은 '포기와 베스'를 작곡하기 전, 흑인 문화와 삶을 깊이 경험하고 연구하였다. 그는 기존의 민요를 사용하지 않고, 흑인 음악에 대한 애정과 뛰어난 작곡 기법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여러 번 나오는 아리아 '섬머타임(Summertime)'은 아름답고 평온한 멜로디로, 작품 전반의 우울한 분위기에 따스한 온기를 더해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포기와 베스'의 최초 버전은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124회 연속 공연을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상연된 세미 스테이지드 버전은 풀 오케스트라(Full orchestra)와 국제적인 제작진을 구성하여 제작되었으며, 유럽 출신 감독, 미국 출신 지휘자, 그리고 영국의 공동 제작 기관이 협력했다. 여주인공 베스 역을 맡은 소프라노는 "이번 세미 스테이지드 버전은 큰 도전입니다. 조명이 비치지 않는 때에도 연기가 멈추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법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세미 스테이지드 버전은 화려한 무대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빛과 그림자의 흐름을 통해 주요 인물을 부각시키며 이야기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두 번의 토니상을 수상한 조명 디자이너 릭 피셔는 "무대 중앙에 있는 오케스트라에도 극적인 조명을 설계했으며, 그들은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라, 이 공연에서 중요한 서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지휘자 카젬 압둘라는 "개인적으로 세미 스테이지드 버전을 매우 좋아합니다.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이 무대에서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데요. 오케스트라가 피트에 있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포기와 베스'는 베이징 국제 음악제, 케이프타운 오페라극장, The KT Wong 재단이 공동으로 제작하였으며, 10월 12일과 13일 제27회 베이징 국제 음악제의 폐막 공연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상하이 교향악단은 2024-25 시즌에도 흥미로운 오페라 작품들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3월에는 '세계 최고의 리골레토'라 불리는 바리톤 레오 누치가 상하이에 와서, 성악가 샤허우진쉬(夏侯金旭), 위관췬(於冠群) 등과 함께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공연할 예정이다.